성경의 숨은 재밌는 이야기 · 02

미가서,
이름이 질문이 된 책

시골 선지자가 도시의 권력자들에게 던진 말,
그리고 마지막에 남긴 하나의 질문

미가 1–7장
여는 글

미가는 예루살렘 궁궐이 아니라 모레셋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 출신 선지자예요. 같은 시대의 이사야가 왕궁을 드나들던 도시 선지자였다면, 미가는 흙냄새 나는 시골에서 올라와 도시의 부자들과 권력자들을 향해 외친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 책을 천천히 읽다 보면, 말놀이와 반전, 수백 년 뒤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곳곳에 숨어 있어요. 1부에서 큰 그림을 보고, 2부에서 숨은 장면들을 하나씩 들여다봅니다.

1부

미가서는 어떤 책일까?

시골 선지자의 세 번의 "들으라"

미가는 유다의 요담, 아하스, 히스기야 왕 시대(주전 8세기 후반)에 활동했어요. 북이스라엘이 앗수르에게 무너지는 걸 직접 본 세대죠. 이 책은 "들으라"로 시작하는 세 번의 설교(1:2, 3:1, 6:1)로 짜여 있고, 매번 심판의 말씀 뒤에 소망의 말씀이 따라와요.

이름의 뜻미가(미카야후)는 "누가 여호와와 같으랴"라는 뜻이에요.
동시대 선지자이사야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고, 두 책에는 거의 똑같은 구절도 있어요.
미가서의 큰 특징 다섯 가지
1
도시를 향한 고발
사마리아와 예루살렘, 두 수도의 죄를 정면으로 지적해요. 미가는 죄의 뿌리가 시골이 아니라 권력의 중심에 있다고 봐요.
2
땅을 빼앗는 부자들
밤에 침상에서 악을 꾀하고, 아침이 되면 남의 밭과 집을 빼앗는 사람들을 고발해요(2:1-2).
3
돈 받고 하는 사역
재판장은 뇌물을, 제사장은 삯을, 선지자는 돈을 받고 점을 치면서도 "여호와가 우리 중에 계시지 않냐"고 말해요(3:11).
4
베들레헴에서 오실 왕
작고 보잘것없는 베들레헴에서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나온다는 예언(5:2)이 이 책에 있어요.
5
죄를 바다에 던지시는 하나님
책은 심판으로 끝나지 않고, 죄를 용서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며 끝나요(7:18-20).

미가서의 핵심은 결국 한 문장으로 모여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더 비싼 제물이 아니라, 정의롭고 인자하며 겸손히 하나님과 함께 걷는 삶이라는 것(6:8). 그리고 그 요구를 다 채우지 못하는 우리를 끝내 용서하시는 하나님이 이 책의 마지막 얼굴이에요.

2부

더 깊이 숨은 7가지 장면

말놀이, 반전, 그리고 수백 년을 건너는 연결고리

1

지명으로 만든 슬픈 말놀이

미가 1:10-15

미가 1장 후반부는 한글로 읽으면 낯선 지명이 줄줄이 나와서 그냥 넘어가기 쉬워요. 그런데 히브리어로 읽으면 이 부분은 마을 이름 하나하나로 만든 말놀이예요. 우리말로 치면 "울산에서 울고, 대구에서 대굴대굴 구르고" 같은 식이에요.

베들레아브라 — 이름에 "티끌(아파르)"이 들어 있는데, "티끌에 굴렀도다"(10절)
사빌 —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인데, "벗은 몸으로 수치를 무릅쓰고 나갈지어다"(11절)
사아난 — "나가다"와 소리가 비슷한데, "나오지 못하고"(11절)
라기스 — "준마(레케쉬)"와 소리가 비슷해서, "준마에 병거를 메울지어다"(13절) 곧 도망칠 준비나 하라
악십 — "속임(악자브)"과 소리가 같아서, "악십의 집들이 이스라엘 왕들을 속이리라"(14절)

재밌는 말장난 같지만 내용은 슬퍼요. 사람들이 자랑하던 이름과 정체성이 오히려 심판을 알리는 표지판이 된 거예요.

돌아보기
내가 자랑하는 "이름"이 하나님 앞에서 오히려 부끄러움이 될 수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2

가장 인기 있는 설교 주제는
"포도주와 독주"

미가 2:6, 11 · 3:5
사람들이 막은 설교
"이것으로 예언하지 말라"(2:6) — 불편한 말씀
VS
사람들이 원한 설교
"포도주와 독주에 대하여 예언하리라"(2:11) — 듣기 좋은 말씀

미가가 죄를 지적하자 사람들은 "그런 설교 좀 하지 말라"며 막아요(2:6). 그러면서 미가는 씁쓸한 농담을 던져요.

"사람이 만일 허망하게 행하며 거짓말로 이르기를 내가 포도주와 독주에 대하여 네게 예언하리라 할 것 같으면 그 사람이 이 백성의 선지자가 되리로다"(2:11)

쉽게 말하면 "술 잘 나오는 얘기 해주면 그 사람이 너희 인기 설교자가 될 거다"라는 거예요. 😄 3장에서는 한술 더 떠서, 먹을 걸 주면 "평강!"을 외치고, 안 주면 전쟁을 선포하는 선지자들이 나와요(3:5). 설교 내용이 사례비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돌아보기
나는 듣기 좋은 말씀만 찾고, 불편한 말씀은 피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3

칼을 쳐서 보습으로,
보습을 쳐서 칼로

미가 4:3 · 이사야 2:4 · 요엘 3:10

미가 4:3의 "그들이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는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평화의 구절 가운데 하나예요. 재밌는 건 이사야 2:4에도 거의 똑같은 문장이 있다는 거예요. 같은 시대 두 선지자가 같은 환상을 전한 거죠.

그런데 요엘 3:10에는 이 문장이 정반대로 뒤집혀 나와요. "너희는 보습을 쳐서 칼을 만들지어다." 심판의 날, 하나님과 싸우려는 나라들을 향한 풍자예요.

그리고 오늘날, 뉴욕 유엔 본부 정원에는 칼을 두드려 보습을 만드는 사람의 동상이 서 있어요. 1959년 당시 소련이 기증한 작품인데, 무신론 국가가 선물한 동상의 주제가 바로 이 미가서 말씀이에요.

돌아보기
내 손에 들린 "칼"(날 선 말, 다툼의 도구)을 하나님 나라의 "보습"(살리는 도구)으로 바꾸어 봅니다.
4

하나님께 드릴 제물,
경매처럼 올라가는 가격

미가 6:6-8

미가 6장에서 백성은 하나님께 이렇게 물어요. "내가 무엇을 가지고 여호와 앞에 나아가야 할까요?" 그리고 스스로 답을 내놓는데, 가격이 점점 올라가요.

1번제물로 드릴까?
2일 년 된 송아지로 드릴까?
3천천의 숫양을 드리면 기뻐하실까?
4만만의 강물 같은 기름이면?
5내 맏아들을 드리면 될까?
하나님의 대답: 정의를 행하고,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

사람들은 하나님을 더 비싼 값을 불러야 만족하는 분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나님의 대답은 가격표가 아니라 삶이었어요. 여기서 "인자"는 룻기와 요나서에도 나오는 그 헤세드, 변함없는 사랑이에요.

돌아보기
하나님께 "더 많이 드리는 것"으로 "함께 걷는 것"을 대신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5

주소는 알면서
가지 않은 사람들

미가 5:2 · 마태복음 2:1-12
성경 전문가들
미가 5:2를 정확히 인용하며 베들레헴이라고 답하지만, 한 사람도 가지 않는다
VS
동방 박사들
성경을 몰랐지만, 멀리서 별을 따라 찾아와 경배한다

미가는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나올 것"이라고 예언했어요(5:2). 약 700년 뒤, 이 예언이 다시 등장해요.

동방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고 묻자, 헤롯은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을 불러요. 그들은 망설임 없이 미가 5:2를 인용하며 "베들레헴입니다"라고 답해요(마 2:5-6).

그런데 이상하죠?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은 걸어서 두세 시간 거리인데, 그 주소를 정확히 아는 성경 전문가들 중 아무도 가지 않아요. 성경을 모르던 이방인들만 별을 따라 먼 길을 와서 아기 예수께 경배해요. 요나서의 이방 선원들이 떠오르는 장면이에요.

돌아보기
말씀을 "아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말씀을 따라 "찾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6

미가의 설교 한 편이
100년 뒤 선지자를 살리다

미가 3:12 · 예레미야 26:16-19

미가는 아주 과격한 설교를 했어요. "시온은 갈아엎은 밭이 되고 예루살렘은 무더기가 되고 성전의 산은 산당의 수풀과 같이 되리라"(3:12). 성전이 있는 거룩한 도시가 무너진다니, 당시로서는 목숨을 걸어야 할 말이었어요.

약 100년 뒤, 예레미야가 비슷한 설교를 했다가 사형당할 위기에 처해요. 그때 지방의 장로 몇 사람이 일어나 이렇게 말해요. "옛날 모레셋 사람 미가도 히스기야 왕 때 똑같은 말을 했다. 그때 히스기야 왕이 그를 죽였느냐? 오히려 여호와를 두려워하여 회개하지 않았느냐?"(렘 26:18-19)

그 말 덕분에 예레미야는 목숨을 건져요. 미가의 설교 한 편이 한 세기를 건너 다른 선지자의 목숨을 살린 거예요. 그리고 이 기록 덕분에 우리는 히스기야가 미가의 설교를 듣고 회개했다는 사실도 알게 돼요.

돌아보기
오늘 내가 순종하며 뿌린 말씀 한 줄이, 언젠가 누군가를 살리는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믿습니다.
7

자기 이름으로
책을 끝낸 선지자

미가 7:18-20

미가라는 이름의 뜻은 "누가 여호와와 같으랴"예요. 그리고 미가서의 마지막 찬양은 이렇게 시작해요.

"주와 같은 신이 어디 있으리이까 주께서는 죄악과 그 남은 자의 허물을 사유하시며…"(7:18)

히브리어로 "주와 같은 신이 어디 있으리이까"는 미 엘 카모카예요. 미가는 자기 이름을 질문으로 바꿔서 책을 마무리한 거예요. 7장 내내 심판을 전한 선지자가 마지막에 깨달은 답은, 하나님이 다른 모든 신과 다른 이유가 능력보다 용서에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 "우리의 모든 죄를 깊은 바다에 던지시리이다"(7:19). 유대인들은 지금도 새해(나팔절)에 강가에 나가 이 구절을 읽으며 빵 부스러기를 물에 던지는 전통을 지켜요. 네덜란드의 믿음의 여성 코리 텐 붐은 이 구절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고 전해져요. "하나님은 우리 죄를 가장 깊은 바다에 던지시고, 그 옆에 낚시 금지 팻말을 세우셨습니다." 😄

돌아보기
하나님이 이미 깊은 바다에 던지신 죄를, 내가 다시 건져 올려 붙잡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맺는 글
하나님이 다른 모든 신과
다른 이유는 용서에 있다

미가서는 날카로운 심판의 말로 가득하지만, 결국 "누가 주와 같으랴"라는 찬양으로 끝나요. 도시의 불의를 고발하던 시골 선지자는, 그 모든 죄를 바다에 던지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책을 덮었어요.

그리고 그 하나님은 우리에게 복잡한 것을 요구하지 않으세요.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6:8)

※ 본문 인용은 개역개정을 기준으로 했습니다.